'존재론' 태그의 글 목록
본문 바로가기

존재론

고전그리스어 einai는 존재사로 쓰이지 않았다.

2020. 7. 7.

0.

"He is a teacher." 또는 "He is honest." 라고 할 때, be동사 is는 계사(copula)로 쓰였다고 한다. 우리말에서도 대체로 명사 서술어 뒤의 "-이다"를 계사로 본다. 계사를 부정하고 조사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I think, therefore I am."

에서 be동사 am 존재하다의 뜻으로, 즉 존재사로 쓰였다고 한다. 그리고 누구나 인정해왔듯이 존재하다의 다른 영어 단어인 exist는 고전 그리스 당시에는 전혀 다른 뜻으로 쓰이고 있었다. 존재의 의미는 중세 이후에 붙은 것이다. 

 

"필자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정언적인 존재 개념이 아비첸나나 아베로에스 정도에서 확립되었다는 심증을 가지고 있다."

                             - 강성훈,"아리스토텔레스는 계사와 존재사를 구별하였는가?",'인간,환경,미래 제 11호(2013년)'

1.

존 스튜어트 밀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be동사의 존재사로서의 용법과 계사로서의 용법을 혼동해서 썼다고 지적했다. [J.S.Mill, 'A System of Logic(H&B,1882) 97]

 

2.

20세기 중반 찰스 칸, 레슬리 브라운 등은 고대 그리스에는 존재사 같은 용법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 C. H. Kahn, 'The Verb "Be" in Ancient Greek'(1973)

  - Lesley Brown, "The Verb 'To be' in Greek Philosophy" (1994)

 

2-1. Ex) 강성훈(2013)의 예

 

기존의 존재사적 해석 : 존재사로 해석할 경우 이 두 구절의 해석은 충돌한다. 

 

범주론 10장 : 소크라테스가 있는[=존재하는] 경우에는 ontos men Sokratous '소크라테스는 건강하다'는 명제와 '소크라테스가 아프다'는 명제 중 하나는 참이고 하나는 거짓이겠지만, 그가 있지 않은[=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me ontos de

양쪽이 모두 거짓이라고 이야기 한다. 

명제론 11장 : '호메로스가 시인이다.'로부터 '호메로스가 있다.[=존재한다]' 가 추론될 수 없다. 

 

존재사를 부정한 해석 

 

"사실 그리스어를 쓰는 사람이 아무런 맥락 없이 'Homeros estin'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는 이 말을 그냥 호메로스가 살아있다는 뜻으로 들었을 것이다."

                               -강성훈,"아리스토텔레스는 계사와 존재사를 구별하였는가?",'인간,환경,미래 제 11호(2013년)'

 

범주론 10장 : 소크라테스가 살아있는 경우에는 '소크라테스는 건강하다'는 명제와 '소크라테스가 아프다.'는 명제 중 하나는 참이고 하나는 거짓이겠지만, 그가 살아있지 않은 경우에는 양쪽이 모두 거짓이라고 이야기 한다. 

 

명제론 11장 : '호메로스가 시인이다.'로부터 '호메로스가 살아있다.'가 추론될 수 없다.

 

 

 

2-2.

더 나아가 찰스 칸은 프레게와 러셀이 be동사를  ⓐ 동일성의 용법 ( I am Tom.), ⓑ 존재사 용법 ( I think, therefore I am :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계사용법("She is beautiful.") ⓓ 제네릭용법 ("A man is a thinkable animal."처럼 포함관계를 표현)으로 네 가지로 나누고 고대그리스철학자들이 이들을 혼동해서 사용함으로써 혼란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이는 시대착오적인 비판이라고 주장한다. 플라톤에 대해서는 이미 1967년에 독일의 미카엘 프레데(Michael Frede)가 같은 내용을 주장한 바 있다. 

 

3 반응들

 

처음에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칸과 프레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러한 주장을, 플라톤이 논리적으로 어이없는 실수를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프레게-러셀 테제는 2세대를 거치는 동안 논리학의 기본적인 도구였다. 

 

"Most philosophers and most classicists were not immediately convinced by Kahn and Frede. It seemed to them that to say that Plato did not show the Frege-Russell distinction amounts to accusing him a logical howler." 

 

1979년에 벤슨 메이츠(Benson Mates)가 찰스 칸과 프레데의 동조자로 나선다. 같은 해에 자코 힌티카(Jaakko Hintikka)가 같은 취지에서 프레게-러셀의 분류가 제거돼도 무해할 뿐만 아니라 자연언어논리에 대한 잘못된 서술이라고 주장한다. 

 

"칸의 이런 제안은 이후 여러 학자의 공감을 받아왔다."

                                                     - 남경희, '철학으로 철학을 번역하다'(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186쪽

 

"그리스어 'einai' 동사의 중심적인 의미가 진리이며[찰스 칸은 고전 그리스어 be 동사의 진리서술적 용법 veridical use이 이에 해당하는 be동사를 존재사로 보도록 혼동을 가져왔다는 내용의 주장을 한다.] , 진리가 그리스적 담론에서 일상적이라는 사실은 플라톤 철학, 나아가 그리스 철학 일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플라톤 철학의 주된 관심사는 'einai(존재)'나 'alethes(진리)'이다."  

                                                     -남경희, '철학으로 철학을 번역하다'(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2019) 194쪽

 

"존 말콤(John Malcolm)의 2006년 논문이 einai의 통합성에 대한 필자가 아는 가장 최근의 공격이다."    

                                  -강성훈,"아리스토텔레스는 계사와 존재사를 구별하였는가?",'인간,환경,미래 제 11호(2013년)'

 

 

 

 

--참고

C.H.Kahn, "Retrospect on the verb 'to be' and Concept of Being",  'The Logic of Being' (D.Reidel,1986)

강성훈,"아리스토텔레스는 계사와 존재사를 구별하였는가?",'인간,환경,미래 제 11호(2013년)'

RISS 검색 - 국내학술지논문 상세보기

Aristotle claims in De Interpretatione ch. 11, that “Homer is” dose not follow from “Homer is a poet”. This could be taken as evidence that he clearly distinguishes the copula and the existential predicate. But in Categories ch. 10, he implies... A

www.riss.kr

aladin.kr/p/SLSvO

철학으로 철학을 번역하다 : 플라톤의 파이돈

고전을 번역하는 데 있어 ‘철학적 번역’이 필요한 이유와 이때의 고려 사항을 심도 있게 고찰하고, 이러한 철학적 번역론에 기초하여 『파이돈』을 철학적인 언어로 새롭게 번역한 독특한 구

www.aladin.co.kr

 

'독서일지 > 논리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리스토텔레스, 김진성(2008),범주론 1-5장  (0) 2020.06.25
댓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서문을 읽기 전

2020. 6. 23.

서양 고대 그리스철학의 주제에서 시작하는 존재론의 '존재'는 existence의 번역어가 아니고 being의 번역어이다. 그리스어에서 existence에 해당하는 단어는 고대에는 'to stand out'의 의미였을 뿐이였고 오늘날의 '존재'라는 뜻은 그 단어에 없었다.

 

정의(Definition)는 최근류의 종차를 말해주는 것이고, 개념적 탐구는 이러한 정의적인 방법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인데 존재는 모든 류의 최상위류이므로 최근류가 없다. 따라서 정의될 수 없다. 

 

그런데 숫자가 존재한다, 내가 존재한다, 삼각원이 존재한다라고 할 때 존재의 의미는 다 다르다. 이것은 류의 단일성과는 다르다. 류의 단일성은 가령 '동물'은, 개는 어떠어떠한 동물이다, 치타는 어떠어떠한 동물이다, 사람은 어떠어떠한 동물이다라고 할 때 동물이다의 의미는 모두 같다. 이렇게 존재의 다르면서도 같은 단일성을 아리스토텔레스는 유비의 단일성이라는 특별한 단일성으로 보았다. 다른 류들은 개별적인 종의 차이를 삭제하면서 추상화된 것이지만 존재는 그렇지 않고 모든 차이성을 다 갖고 있다. 또한 류는 다른 류와 경계를 이루고 대비되지만 존재는 모든 존재를 포함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초월적(transcend)이다.  

 

여기서 번역이 좀 필요하다. 존재는 모든 류의 최근류가 맞다. 그런데 유럽어에서 존재는 'being'(독일어로 seiend)으로 동시에 be동사와 관련이 깊다. 그래서

He is.

He is an animal.

That number is big. 

A mountain made of water is there.

등에서 존재(is 즉 being)의 의미는 각각 다르지만 그렇다고 동음이의어는 아니므로 유비적 단일성을 이룬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서양철학에서 '존재'의 문제는 곧 존재의 의미로 쓰이는 'be(einai)' 동사의 문제인데, 서양에서는 be 동사가 '있다'(존재)의 의미와 '이다'(계사[,copula])의 의미로 함께 사용되므로 그만큼 존재의 문제가 더 복잡해 진다."(한자경,'실체의 연구'(2019) 61쪽)

 

이 언어적 차이를 잘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아리스토텔레스의 범주론에 대한 참고가 필요하다. 

 

이기상의 역주(568쪽) :

"우리는 어떤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지키지 않고 멋대로 행위할 때, "그 사람은 야만적이다"라고 말하면서 야만적 존재로서의 그 사람의 못된 측면들을 열거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말의 일상적 사용에서도 어떤 것의 어떠함 또는 무엇임을 서술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다'를 '무슨 무슨 존재'라는 용어로 바꾸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 용법이 우리말에서는 자세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는 서술적 용법으로서의 '존재'의 의미이며,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의 서구 언어권에서는 이러한 '연계사[copula]'로서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자명하게 '존재'의 의미 속에 포함되어 있다." 

 

aladin.kr/p/uFTSN

 

존재와 시간

〈존재와 시간〉은 하이데거가 2500년 서양 철학사를 상대로 논쟁을 걸고 있는 책이다.그는 서양 철학 전통의 일면적이고 일방적인 이성 중심적 논리를 비판하면서 서양의 합리성만이 유

www.aladin.co.kr

aladin.kr/p/5ejaP

 

실체의 연구

이화학술총서. 서양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 근대 및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실체를 무엇으로 간주하는지, 존재의 궁극을 무엇으로 설명하는지를 밝힌 책이다.

www.aladin.co.kr

 

(광고) 고교수학 기본서는 미니멈수학입문시리즈입니다. 수학(상)수학(하)수1수2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에서 판매중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