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진즈부르그' 태그의 글 목록
본문 바로가기

카를로진즈부르그

단서:모렐리, 프로이트, 셜록 홈스 (1980, 카를로 진즈부르그)

2020. 6. 18.

독서기간 : 2020.6

 

www.yes24.com/Product/Goods/23821816

 

셜록 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추리소설과 기호학은 닮았다!“이 우주는 기호로 가득 차 있다.”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다른 모든 가능성을 제외했을 때 남아 있는 것이 진실이지.” -셜

www.yes24.com

4장. 단서 - 모렐리, 프로이트, 셜록 홈스

이 논문의 원제는 "Morelli, Freud and Sherlock Holms: Clues and Scientific method"이며 구글 검색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 

 

추측적 패러다임 

 

추측적 패러다임은 비본질적이고 하찮은 단서들을 추적해 본질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이다.

 

이 논문에서 설명하려는 진즈부르그가 '추측적 패러다임'(Conjecture Paradigm)이라고 명명한 과학적 방법은, 그에 의하면, 19세기말 사회과학(social science로 번역)에서 조용히 부상해서 한번도 조명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본문의 표현에서는 기호학적 패러다임(semiotic paradigm)이라고도 하고 헉슬리의 '자딕의 방법'(Zadic's Method)을 언급하기도 한다.  아포리즘적 접근 방식이라고도 표현한다. 

 

패러다임이라는 말이 나와서 말이지만 토마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는 1962년에 나왔다. 진즈부르그가 추측적 패러다임에서 전제로 하는 기존의 과학 패러다임을 논문을 통해 살펴보면 '엄밀한'(rigour), '정량적인'(quantification),'체계적인'(systwmatic) 갈릴레오식 모델인데 핵심은 '예외적인 것보다는 전형적인 것을 연구'하는 것이며 추상화(abstraction)를 동반한다. 추측적 패러다임은 개별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에서 본질 구조를 발견하는 것이고 갈릴레오식 모델은 개별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을 다 제거해 나가면서 원형적인 본질에 이르는 방식이다. 

 

추측적 패러다임의 역사

 

1874년경 죠바니 모렐리(Giovanni Morelli)라는 이탈리아인이 한 독일 미술사잡지에 레르몰리에프(Ivan Lermolieff)라는 필명으로 논문을 연재하여 미술작품 감정 분야에 파장을 일으킨다. 여기서 모렐리식 방법(Morelli's method)은, 그림을 감정할 때 작가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모방 과정에서 가장 주의깊게 모방되므로 모나리자의 미소 같은 부분을 주목하면 안되고 인물화의 경우 귓불, 손톱, 손가락, 발가락 등 화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단서에서 감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968년 미술사학자 카스텔누오보(Enrico Castelnuovo)는 모렐리식 방법과 모렐리의 논문 발표 몇 년 후 코난 도일이 셜록 홈스에게 부여한 방법 사이의 유사성을 주장했다. 미술 감정가와 탐정은 보통은 사람들이 주의를 끌지 않는 작은 단서로부터 무언가를 발견해 낸다. 

 

한편,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에 대한 연구에 돌입하기 이전에 모렐리의 글들을 접했으며 '미켈란젤로의 모세'(1914)에서는 모렐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정신분석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기 훨씬 전에, 이반 레르몰리에프라는 러시아인 미술 감정사가 유럽의 화랑가에 혁명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중략)... 그는 그림의 일반적인 인상이나 중심인물 대신 사소한 부분 묘사, 즉 손톱이나 귓바퀴나 후광의 모양처럼 쉽게 지나치는 하찮은 것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모사가는 그런 것들을 모방할 때 소홀히 여기고 지나치지만, 진짜 화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그리기 때문이다. 나는 러시아식 가명 뒤에, 1891년에 사망한 모렐리라는 이탈리아인 의사가 숨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매우 흥미를 느꼈다. 내가 보기에 그의 탐구 방법은 정신분석학의 기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로이트) 

 

추측적 모델은 기원으로 따지면 수렵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냥꾼들은 동물의 발자국이나, 용변, 깃털 등 사소한 단서들을 추적하며 생존한다. 주문이나 주술과 달리 이야기는 수렵 사회에서 자취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Seppilli, 1962) 이야기와 단서 추적은 모두 로만 야콥슨의 구조주의에서 말하는 인접성을 기반으로 하고 인과 관계를 따진다. 유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활동과 특징은 엄격하게 배제한다.  

 

이러한 기호학적 패러다임은 플라톤의 지식 이론이 등장하자 완전히 빛을 잃고 만다. 

 

세 형제가 낙타 한 마리를 잃은 사람을 만나는데 발자국을 통해 그 낙타가 흰색이며, 한쪽 눈이 멀었고, 가죽 부대 두 개를 안장에 얹었는데 각각 기름과 포도주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는 민담이 중동 지방에 있다. 이 이야기는 아르메니아인 크리스토퍼가 만든 '세렌디포 왕의 세 아들의 여행담'에 소개되어 전유럽적 히트를 폈는데 월폴 수상의 아들이 책을 읽고 '세렌디피티'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1745년) 볼테르는 이 책을 읽고 '자딕'에서 재구성했는데 1880년 헉슬리가 다윈의 방법을 알리기 위한 강의에서 '자딕의 방법'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다. 

 

추측적 패러다임의 가치

 

의학이나 역사학, 법률, 사건의 수사 등은 모두 불완전한 지식과 조각난 정보에 기반하여 간접적이고 추측적인 진단과 처방과 판결을 하기 때문에 기호학적 패러다임이 적용되고 개별적인 것을 추상화시키는 갈릴레오적인 방식을 따르기 힘들다. 

 

1880년 허셸(William Herschel)은 '네이쳐'지에 벵골 후글리 지방에서 지문을 문서에 찍는 관습을 행정에 적용한 결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1888년 골턴(Francis Galton)은 인체의 사소한 일부인 지문을 신원 확인 방법으로서 공식적으로 제안한다. 이 또한 벵골의 추측적 모델을 행정에 활용한 예가 될 것이다. 

 

또한 이 논문이 발표된 1980년 당시의 지적 배경과 관련하여 저자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혼미해지고 체계적 지식에 대한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 추측적 패러다임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한 역할이 오늘날에도 적용되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칸트 헤겔이라는 세계사적 전망이 쇠퇴하면서 니체에서 아도르노에 이르는 아포리즘적 접근이 빛을 발휘한다. '아포리즘'은 의사인 히포크라테스의 책 이름이다. 아포리즘은 징후와 단서를 기초로 삼아 인간과 사회, 즉 병들고 위기에 처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견해를 형식화하려는 시도이다. 

 

해석학과의 관계는? 

 

이 논문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대체로 진즈부르그의 이 논문이 다루는 영역은 해석학이 다루는 영역과 겹친다. 역사적이고, 개별적이며, 일반화가 힘든 정신 과학은 이해에 자연 과학은 설명에 토대를 둔다고 처음 주장한 것은 빌헬름 딜타이이이다.  해석학이 사람과 관계된다면 추측적 패러다임은 반드시 사람과 관계되는 것은 아니기에 해석학의 자향하는 바와는 방향이 같지만 추측적 패러다임이 다루는 영역이 더 넓은데 이를 주장하는 진즈부르그의 분야인 역사학은 사람뿐만 아니라 무생물적인 환경 또한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댓글

메노키오, 호손 효과

2020. 6. 13.

238.p 를 읽다가...

메노키오는 빵 500그램이 5솔도 정도 하던 시대에 2솔도 정도의 돈으로 산 책들을 읽고 정리한 생각을 반문맹인 농부들과 수공인들을 대상으로 설파하다가 대학을 나오고 베네치아에서 파견된 수십 명의 이단심문관 박사들에게 자신의 '테제'를 여러 달에 걸쳐 반복하고 보다 구체화하고 정리하며 디펜드하고 있다. 비록 마지막엔 화형을 당하고 재산은 몰수되겠지만 이 시대에 농민 계급이 막 발명된 인쇄술로 습득한 지식을 제대로 해석해 줄 수 있는, 기꺼이 큰 관심을 갖고 들어줄 의향이 있는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aladin.kr/p/xFrvi

 

치즈와 구더기

20세기 역사학의 흐름을 바꿔놓은 미시사 및 미시사 방법론의 선구적 업적이자 교과서로 불리는 책. 저자 진즈부르그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를 통해 당대의 이데올로기와 심

www.aladin.co.kr

 

댓글